얼마 전, 예전에 다니던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 퇴사한 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퇴사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1년에 한 번쌕은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를 다니던 당시, 나는 3개월에 한 번꼴로 위염과 장염을 번갈아 앓았고, 특히 심할 때는 일주일 만에 3kg이 빠지기도 했다. 몸이 망가질 정도로 힘든 회사 생활이었지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이상하게도 즐거웠던 기억만 떠오른다.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따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웃게 된다.
그렇다면, 그때의 감정도 변한 걸까?
기억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과 관점에 따라 기억을 재구성한다고 한다. 즉,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 담긴 감정까지 완전히 바뀌는 걸까?
회사를 다닐 떄 나는 분명히 힘들었다. 야근에 치이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왜 그때의 좋은 기억들만 떠올리는 걸까?
아마도, 당시의 힘든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남아 있는 건 사람드로가 나눴던 따뜻한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 변했다기 보다는, 그 때의 감정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힘든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때로는 의미가 달라진다.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다"거나 "고생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다"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때의 감정이 거짓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분명히 진짜였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고, 그에 따라 감정의 색깔도 달라지는 것이다.
기억은 변한다. 감정도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이 나에게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 시간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들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었던 회사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기억을 꺼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성장헀고, 감정을 다시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의 감정도 소중하게 기억해두려고 한다. 언젠가 다시 떠올릴 때, 그것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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